사랑니를 빼러 가면 마취 주사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이 긴장입니다. 수술이 시작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오릅니다. 그런데 수술 중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이 긴장의 생리적 반응이 완화되고, 수술 직후 통증도 낮아진다는 무작위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떤 연구인가
브라질 연구팀이 아래턱 사랑니 발치를 받는 환자 42명을 음악을 듣는 군과 듣지 않는 군으로 무작위로 나누어 비교한 이중맹검 임상시험입니다 [1]. 통증은 시각통증척도(VAS)로, 불안은 치과불안척도로 측정했고, 구강 건강 관련 삶의 질(OHIP-14)과 혈압·호흡수 같은 활력징후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결과 — 혈압과 호흡은 안정, 직후 통증은 감소. 불안은 그대로
음악을 듣지 않은 군에서 수축기 혈압(p=0.021)과 호흡수(p=0.015)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통증은 양쪽 군 모두 수술 중에 올라갔다가 수술 후 내려갔는데, 수술 직후 통증 점수는 음악군에서 더 낮았습니다(p=0.035) [1].
다만 솔직히 짚을 부분도 있습니다. 불안 척도와 삶의 질 지표에서는 두 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음악이 몸의 긴장 반응(혈압·호흡)과 막 수술을 끝낸 순간의 통증 체감은 낮춰줬지만, 설문으로 재는 불안감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 셈입니다 [1].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음악은 약이 아닙니다. 진통제나 진정제를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들지 않고 부작용이 없으며,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술실 환경을 개선하는 보조 수단으로는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실제로 음악과 진정 약물을 직접 비교한 무작위시험도 보고되고 있어, 비약물적 긴장 완화법에 대한 연구는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2].
사랑니 발치를 앞두고 있다면, 병원에 따라 이어폰 착용이 가능한지 미리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익숙하고 좋아하는 음악이 긴장으로 치솟는 혈압을 조금이나마 눌러줄 수 있습니다.
[임상 참고] 단일기관 42명 규모의 소규모 시험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들의 절대적 크기(혈압·통증 점수의 실제 차이값)는 크지 않을 수 있고 다중 비교에 대한 보정은 없습니다. 음악 청취 여부를 환자 본인이 알게 되는 개입 특성상 ‘이중맹검’은 평가자 맹검 중심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활력징후라는 객관적 지표에서 일관된 방향성이 확인됐고, 개입의 위해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임상 적용의 문턱은 낮습니다. 진정요법의 대체가 아닌 보조로 위치 지우는 것이 적절합니다.
사랑니 뺄 때 들으면 좋은 음악
위 연구와는 별개로, 수술 중 긴장을 풀어주는 데 어울리는 곡들을 골라봤습니다. 느린 템포에 가사가 없거나 방해되지 않는 곡들입니다.
- 드뷔시 — 달빛 (Clair de Lune)
- 사티 — 짐노페디 1번
-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
- 쇼팽 — 녹턴 Op.9 No.2
- 파헬벨 — 캐논
- 이루마 — River Flows in You
- 히사이시 조 — Summer
-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 Nuvole Bianche
- 빌 에반스 — Peace Piece
- 주앙 질베르투 — Chega de Saudade
한 가지 팁: 의료진의 안내를 들을 수 있도록 한쪽 귀만 이어폰을 쓰거나, 볼륨은 평소보다 낮게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사랑니 발치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시험에서, 수술 중 음악 청취는 혈압과 호흡수를 낮추고 수술 직후 통증을 줄였습니다. 불안 설문까지 바꾸지는 못했지만, 약 없이 수술실 긴장을 다스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Dos Santos Almeida AA, Azevedo BA, Dos Santos Gomes G, et al. Effects of music therapy on pain, anxiety, and quality of life during lower third molar extraction: a randomized double-blind clinical trial. Int J Dent. 2026;2026:2182937. doi:10.1155/ijod/2182937
[2] Is music an alternative to diazepam for reducing anxiety in third molar surgery? A randomized split-mouth clinical trial. J Oral Maxillofac Surg. 2026. doi:10.1016/j.joms.2026.0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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